[행사] 20년 8월 스몰토크 후기

[8월 스몰토크 후기]

*참여자 분께서 작성해 주셨습니다. 긴긴 코로나 19를 통과하는 시점에서 올해 처음으로 미투 오프라인 모임을 했습니다. 작년 연말 창립총회를 거쳐 지난한 (관료제 국가 아니랄까 봐^^) 행정 절차 후 미투 모임이 비영리법인(e.V.)으로 설립되고, 계좌까지 만들어졌지요. 이제 우리 모임의 공식 명칭은 Metoo Asians e.V. 가 되었습니다. 지난 토요일, 그동안 온라인으로 뵈었던 분들을 바로 옆에서 얼굴을 바라보며 이야기 할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지난 몇 달 동안, 이렇게 사소하고 당연한 일들이 어쩌면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특별히 작년 동역자 모임에 강사로 함께 하셨던 김인선 선생님이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모임에 함께하셔서 정말 기뻤어요. 독일에 50년을 산 여성부터 독일에 온 지 1년이 채 안 된 여성에 이르기까지, 미투 모임이 시작할 때부터 함께한 분부터 오늘 처음 모임에 나온 분까지 다양한 분들이 오셔서 더욱 풍성했던 것 같습니다. 서로 자기소개를 하면서 오갔던 눈빛은 “참 잘 왔어요, 그동안 살아내느라 애썼어요, 잘하고 있군요, 당신 덕분에 힘이 나요…” 라는 메시지를 주고받는 따뜻하고 다정한 눈빛이었습니다. “데이트 폭력”을 주제로 이야기 나눈 시간에는 여성들의 “발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상기해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가장 가까운 애인, 파트너, 가족 관계에서 폭력을 인지하는 것, 폭력을 발화하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것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어요. 내가 받은 폭력을 처벌 가능성으로 폭력이냐 아니냐를 판단하고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겁을 먹었던 상황, 나를 통제하고 괴롭혔던 상황, 나 스스로 폭력적이라고 느꼈던 순간과 감정을 존중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어요. “폭력은 폭력이다.“ 이것을 폭력을 가하는 사람도 인지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당신이 하는 말과 행동이 폭력적일 수 있고 폭력이라는 것을. 화창한 여름 오후, 공원에서 모인 우리는 갑자기 일어나 몸을 풀기 시작했습니다. 태권도 유단자이신 분의 시범으로 발차기를 연습했는데요, 발차기 전에 “발차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가능하면 그 자리를 떠나는 것을 추천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이런 방어 기술이 필요하며, 하고 나서는 얼른 그 자릴 떠나는 게 좋다”고 하셨습니다. 짧은 발차기 훈련이었지만, 오랜만에 몸을 움직이고, 또 나를 보호하기 위해 최소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자신감이 생겼던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유쾌하지 않은 상황에 처했을 때, 예를 들어 상대가 성희롱적인 혹은 인종차별적인 발언이나 태도를 했을 때 독일어로 대응할 수 있는 문장들을 함께 숙지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후기를 쓰는 지금 생각나는 것은 “Lassen Sie mich in Ruhe” 인데, 저는 굳이 siezen 을 해야 하냐고 질문을 했습니다. 가능하면 상대를 자극하지 않고, ‘당신(따위가)이 나를 자극할 수 없다’라는 마음을 가지고, 최대한 차분하게 ‘그만하라, 불쾌하다’는 뜻을 표현하는 게 좋다고 하셨습니다. 보통 저는 그런 순간에 욱해서 화를 내거나 욕을 하거나 죽일 듯 달려드는 편인데(가끔 병을.. 들고 다니곤 한답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내가 느낀 불쾌함과 그만하라는 의사를 전달할 수 있을지 여전히 고민이 되긴 합니다. Lassen Sie mich in Ruhe 를 가만히 연습해 봅니다^^ 지난 주말처럼 앞으로 서로의 눈동자를 마주 보며 함께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더 많기를 기대해봅니다. 그래도 여전히 코로나로 어지러운 상황 속에서 다음에 뵐 때까지 건강하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