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성희롱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토론회 공지>‘성희롱의 범위는 어디까지 인가?’


불.편.하.다.방송을 보다가 불편하거나 불쾌하셨나요? 저게 성희롱인지 아닌지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요? 말로 혹은 행동으로 하는 성희롱은 도대체 어디까지를 말하는 걸까요?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방송영상 등을 보면서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일시: 2018년 3월 29일 목요일 오후 6시-장소: Unter den Linden 6, 10099 Berlin (훔볼트 대학교 Haupgebäude 2095B)
https://www.facebook.com/events/551399541896401/


<토론회 후기>베를린 미투 2차 모임 (29.03.2018)by 티거
분명 내가 깔깔거리며 보던 프로들이었다. 못생기고 뚱뚱한 한쪽과 아름답고 늘씬한 한쪽을 비교하며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이 재밌었고, 신체접촉이 아슬아슬한 놀이를 한다거나 벌칙으로 강제 뽀뽀를 시키는 장면이 더 스릴있었다. 게스트로 나온 연예인들에게 귀여움과 섹시함을 요구하는 호스트들의 진행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드라마에서 상대의 동의 없이 갑작스레 뽀뽀를 하는게 참 로멘틱했고, 저항하는 여성을 벽에 밀어부치고 강제로 입맞춤을 하는 게 박력있어 보였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 모든 것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됐지.


TV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들이 우리 일상에도 늘 있었다. 여자애가 애교가 없다며 아빠에게 꾸중을 받아야 했던 일, 대학에 들어가 동아리 오티에서 남자들이 대부분이었던 선배들 앞에서 걸그룹 섹시춤을 춰야했던 일, 동아리 방에서 잠이 든 여자후배의 가슴을 만진 남자선배, 결국 동아리를 나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은 피해자 여성, 너는 가슴이 작아서 시집을 어떻게 갈래? 라고 서슴없이 이야기 하던 선배, 싫다는 것을 자꾸 강요하던 남자친구, 거절하면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거냐며 나를 몰아세웠던 괴로운 시간들.


지난 3월 29일 있었던 베를린 미투 2차 모임은 언제부턴가 보기에 불편해진 방송들의 일부분을 함께 보면서, 각자가 느낀 불편한 지점들을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인 만큼 불편한 여부, 정도, 지점들이 달랐다.


싫다는 것을 집요하게 강요해서 결국은 여성 출연자를 울리게 한 영상을 보고는 다들 불편함을 감추지 못했다. 애교를 강요했던 것 또한 문제가 되었다. 능력도 장기도 아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성적 매력 어필이 될수 있는, 다른 문화권에서는 그런 단어가 존재하지도 않는 애교라는 것을 남자들이 집단적으로 여성에게 강요한다는 것이 아주아주 불편한 지점이었다. 남성들 앞에서, 전 국민을 앞에서 행해지는 여성연예인들의 외모와 몸매에 대한 품평 또한 우리를 불편하게 했다.


영상들을 매개로 더 나아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외모지상주의, 고정된 성역할에 대한 기대 또는 사회적 성 강요, 가부장제의 문제, 성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표현, 그리고 제대로 된 성교육의 부재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시간이 모자라 준비한 영상을 다 못 볼 정도였다.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대가 올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동안 불쾌했지만 꾸역꾸역 참아왔던 일들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게 시작이다. 가끔은 내가 그때 NO 라고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당신이 하는 짓은 희롱이고 폭력이다 라고 이야기 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당신은 잘못하고 있다고 이야기 했다면 그는 정말 그때 멈췄을까? 생각한다. 그래도 늦지 않았다. 지금 우리가 이야기 하기 시작했으니까.